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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하는 모자 2018-04-10 18:01:52
작성자 sancho
조회 220

“여보!” 윤재천 권사님이 예배당 의자에 앉으시며 누군가를 부르십니다. “이제 도착했으니 같이 예배드립시다”하시며 쓰고 있던 중절모를 옆 좌석에 내려놓습니다.
그 모자가 놓여있는 그 자리는 김은분권사님이 생전에 자주 앉으시던 자리입니다.
사실 김은분권사님이 돌아가신 후 인간적인 걱정이 좀 있었습니다.
하나는 ‘윤재천권사님이 금방 쓰러지기라도 하시면 어쩌나’하는 것이었지요. 부부사이 금슬이 넘 좋았던 두 분이었기에 당연히 들었던 염려였습니다. 처음 병원에서 말기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펑펑 우시던 모습,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랑하는 아내 병간호에 지극하셨던 거, 당사자에게 끝까지 구체적인 몸의 상태를 비밀에 붙이느라 뒤에서 남몰래 소매 훔치시며 ‘저 여편네 불쌍해서 어떻해요?’하시던 분이었기에 이제 ‘그 분 이 땅에 없는 것’ 한탄하며 삶의 모든 의욕을 내려 놓으실까 걱정이 들었던 겁니다.
또 하나는 그런 비슷한 이유로 ‘윤권사님을 더 이상 교회에서 뵐 수 없겠구나’했습니다. 자녀분들과 살림을 합칠 수도 있겠고요. 아니면 이 참에 가까운 교회로 옮기실 수도 있지 싶었답니다. 주내교회는 김은분권사님의 흔적이 너무 많은 교회라서 자꾸만 생각이 나실테니까요. 그런데 윤권사님께서 보여주시는 요즘 모습들은 오히려 그런 인간적인 염려를 했던 저를 부끄럽게 만드실 뿐만 아니라 지켜 보는 많은 교우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계십니다. 전에는 살짝 아내에게 미루시기도 했던 교우들 경조사,교회봉사들에 적극 동참하고 계십니다. 아주 밝은 얼굴로…사랑하는 그 모자를 쓰신 채 “목사님!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라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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